[쿱데이 미스테리] 자연드림 명지점 직원들이 사라졌다??
다음 이야기는 지난 2014년 11월 7일 금요일, 부산시 강서구 소재 자연드림 명지점에서 생긴 미스테리한 사건에 대한 전모다.
갑자기 어제까지 멀쩡히 출근했던 직원들이 사라졌다.
이 미스테리를 조사하기 위해 아침 10시에 출동해 보니 정말 원래 있던 직원들은 간 데 없고 활동 쫌 한다는 조합원들이 매장을 주변을 어슬렁대고 있었다. 마을모임이나 동아리, 책임출자금, 우리밀 소개 등등 화려하게 장식한 판넬을 이젤에 세우고 조립식 탁자를 세우고... 모종의 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앗~! 매장 안에서 직원 발견! 그런데 첨 보는 직원들이다. 이름표를 쓱 보니 장보리? 장율무?
“어떻게 오늘 여기서 일하고 계시죠?”
“그냥... 매니저님이 권유해서... 물품 위치를 잘 안다고 좀 도와달라고 하셔서...” 장율무씨는 아이 네 명을 둔 엄마, 심지어 막내는 5개월인데도 불구하고, 심지어 교육도 보름 전에 받고서 하루 직원 역할을 흔쾌히 한다고 했다. 장녹두씨는 “재미있는 체험이 될 것 같아서” 신청을 했다고 한다. 이런 조합원들이 하루 직원 역할을 마다않고 하는 이유는 뭔지 점점 궁금해졌다.
매장 입구에서는 시중물품과 자연드림 물품을 비교 시식하는 행사가 진행 중이다. 앞에는 생협물품과 시중물품의 차이점을 설명한 판넬이 붙어있다. 시식하는 조합원들 중 제대로 구별 못하는 조합원들이 꽤 많다. 아니 우리 물품이 그렇게 맛있는 거야? 하지만 아이들은 잘 구별한다. 이런 행사를 한다는 건... 생협 물건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매장 밖 탁자에서는 책임출자금 가상체험 중. 롯데마을모임에서는 조합원들 영수증을 모아서 출자금 합산이 백 만 원이 넘어서 롤케잌 파티를 벌였다. 마을지기는 7명의 영수증을 모았다며 “우리가 다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조합원이라서...” 흐린 말끝에는 책임출자금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을 것이다.
매장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모 조합원이 언성을 높인다. “사과가 너무 맛이 없다”고 항의를 하면서 달랑 한 개 남긴 봉지를 내밀며 환불을 요구. 하루 체험 직원은 너무 당황해 눈물을 글썽하면서도 영수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런데 영수증이 L마트 거임~! 황당. 항의하던 조합원은 “아~ 그렇죠~ 생협 사과가 그렇게 맛없을 리 없죠~”하며 급 꼬리를 내리고... 사실 모든 상황은 민원 퍼포먼스였음이 밝혀졌다. 이렇게 수준 있는 연기자(?)까지 동원해서 이런 단막극을 한 건 직원들의 고충을 느껴보고 조합원들 스스로 우리가 손님이 아니라 주인임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매장에는 난장이 계속된다. 인기 최고 였던 오가닉라면 시식과 막걸리 시식, 600g 정확하게 담으면 공짜로 한우불고기를 퍼 주는 신의 손 행사는 조합원을 줄 세우고... 매장 밖 마을모임 판넬에는 참여 쪽지가 붙었고... 조합원가 체험, 약식가입으로 처음으로 매장 구경을 하는 분들이 줄을 잇고... 하루 종일 매장 안팎이 북적댔다.
이렇게 활동 쫌 하는 조합원들이 매장에 난장을 편 건 아직 조합 활동 맛을 못 본 조합원들에게 조합활동 맛 좀 보라고, 아이쿱생협은 물건도 짱이지만 조합 활동의 재미는 더 짱이라고 알리기 위해서라고 추정된다.
증거로 마을모임 참여 쪽지 십 수장을 들여다보며 환하게 웃던 활동가의 웃음이야 말로 이 날 직원이 사라지고 조합원이 매장을 점령한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히 말해주었다.
한편, 매장에서는 조합원이 직원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기회를 주어서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이 일을 조합측과 공모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명지점 매니저는 “오늘 일일 직원 조합원들이 매장 직원 역할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불친절하다고 하는 데 그건 다 일이 많아서라고 이해해주시길 바래요... ”
명지점 매니저는 하루 종일 매장을 지키며 조합원 난장을 큰 목소리로 지원해주셨다. 물론 너무 퍼준 이벤트에 매상 걱정도 하면서.
이상.
<보너스 사진>
시작하자마자 책임출자금 가상체험. 처음으로 롤 케잌을 받아가셨어요.
활동가는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야 해요.
약식교육을 받은 조합원에게 매장안에서 물품 설명까지 해 주는 친절한 이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