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을 건설을 멈춰라! 제2차 희망버스를 타고
봄처럼 따뜻했던 지난 1월25일 토요일 부산아이쿱생협 푸른바다, 동래 , 양산 조합원가족들은 밀양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속에서 밀양할매할배들한테 편지를 써봅니다.
고사리손에 쥐어진 엽서내용을 훔쳐봤네요. 아직 어린 친구라 엄마는 아이가 불러주는대로 써준것 같구요.
희망버스에 탄 이유 : 밀양 할머니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송전탑을 대신할 좋은 제안 : 머털도사를 밀양에 데리고 가요.
할머니들에게 하고 싶은 말 :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우리 모두가 이런 소박하고 착한 마음을 가지고 희망버스에 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할매들을 괴롭히고 있는 경찰들.. 밀양경찰서장에게도 한마디..
: 괴롭히지 마세요. 아저씨를 망치로 때릴 꺼예요.
차안에서 밀양대책위에 전달할 자발적인 모금이 있었어요. 순식간에 25만원정도가 모였네요.
어느새 밀양에 도착했습니다. 부산에서는 1시간정도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 평화롭기만 했던 밀양시는 지금 전쟁중이지요.
곳곳에 우리의 방문을 반기지 않은 프랭카드가 보입니다.
같이 온 아이들의 표정이 금새 울상이 됐네요. "엄마~ 우리보고 병균버스래..."
밀양시청 앞에서 부터 밀양역까지 5Km정도의 거리를 어린 아이도 최고령 참가자인 백기완선생까지 함께 걷기 시작합니다. 힘없는 이들을 위해 멀리 인천에서부터 가까이 부산까지 기꺼이 달려와 준 이들이 고맙습니다.
자! 이제부터 함께 즐기며 걸어봅니다. 이번행사에는 정당부터 많은 단체가 함께 했습니다. 그들이 흔드는 깃발이 힘차게 느껴지네요.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많아서 집회와 시위문화가 평화적이고 재미납니다.
밀양할매들이 우리를 보고 반깁니다. "고맙습니데이. 너무 고마워서 몸둘봐를 모르겠습니더"
소박한 감사인사에 갑자기 눈물이 돌고 울컥하기 까지 합니다.
우리가 더 고맙습니다. 힘들고 지치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터주셔서...
오늘 밀양버스참가자는 총 2,500명이라고 합니다. 좁은 밀양도로에 2-3명이 줄서서 걸으니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경찰은 7,000명이 왔다고 하네요. 그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놀라웠습니다.
1시간 정도 걸으니 슬슬 지치는 아이들은 포근한 아빠품에 안깁니다. 이제 밀양루가 눈앞에 보이네요.
밀양루 앞에 걸린 프랑이 보입니다. "니는 애미 애비도 없나? " 라는 말 있지요.
그들도 부모가 있겠지요. 경찰에 폭력적인 대응에 대한 반박글입니다.여기 밀양 주민들은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신나게 노래부르고 구호도 외치며, 밀양천이 흐르는 다리를 건넙니다. 다리 주변이 하얀 꽃으로 장식되어 있네요. 참가자들이 버스에서 직접 만든 추모꽃이 다리난간에 매달립니다.
서울 할매 할배들은 송전탑문제로 자살하지 않지요? 이곳 밀양에서는 좋은 공기마시고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들이 자살하십니다. 송전탑 공사강행에 자살하는 주민이 늘고 있지요.
"병원에 가니까 데모하는데 가지말라대 절대 안낮는담서 맘 편히 먹으라는데 어째 그게 되나"
"지금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한다는 것은 미필적 고의의 살인행위이다"
-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진국-
송전탑이 돼지축사에 가까이 선다는 걸 아시고 송전탑 반대 농성에 참여해왔던 유한숙(74. 고정마을)어르신이 농약을 먹고 자살하셨습니다.
" 내가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 공부도 시키고 결혼도 시켰다. 그런데 11월쯤 한국전력공사 과장 1명과 또 다른 1명이 찾아와 우리집이 송전선로에서 150m인지 200m인지 가까이에 철탑이 들어 선다는 사실을 알았다. 철탑이 들어오면 아무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는 죽는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장례를 못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유족은 본인의 뜻에 따라 송전탑문제가 해결되어야 장례를 치르겠다고 합니다. 유한숙어르신 빈소가 밀양천이 흐르는 강을 지나니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어느새 한국전력공사 앞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진을 멈추고 한국전력공사 앞 바닥에 우리의 메시지를 남겼어요.
밀양4개면에 총 52기의 송전탑을 세울 한전을 지난 10월2일부터 공사를 재개해 현재는 16곳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헬기가 처음 떴을 때 남편은 3일동안 밥 안먹고 잠도 안자고 집에서 쭈그리고 앉아..."
"헬기가 운행되지 않을 때도 헬기 소음이 귓가에 계속 들린다. 밤에 잠잘때도 헬기 소리가 쟁쟁거려 잠을 잘 수가 없다."
"헬기가 오면 순간 막 욱하는 마음에 공기총으로 쏘고 싶은 맘이 든다."
현재 밀양주민의 마음을 우리가 얼마나 짐작할 수 있을까요?
벌써 함께 걸은지 3시간 정도가 된 것 같네요. 같이 걸은 조합원이 준비해온 자죽염을 먹고 나니 갑자기 배가 고파집니다.
어느새 어둠이 깔린 밀양역, 함께 모여 먹은 따뜻한 국밥을 보고 나니 또 다시 힘이 나는것 같아요.
각 단체에서 준비해온, 가래떡, 컵라면, 커피까지 서로가 고맙습니다. 또 다시 촛불을 들고 밀양할매들의 건강과 싸워 이기기를 기도해 봅니다.
할매합창단이 불러주는 트롯가요가 흥겹고 신납니다. 이렇게 할매들이 지치지 말고 싸워 이겼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먹고 또 싸워야 한다"
"이겨야 한다는 것 때문에 힘을 낸다"
그들이 이길 수 있게 우리의 좀 더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가 무관심할때 그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강도는 더해집니다. 힘없는 할매들을 위해 3차 희망버스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홍보위원회 김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