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진로학교 4강까지의 종합 후기 - 영도에서 열공 중입니다.
영도마을모임에서도 행복한 진로학교 강좌를 조합원들과 함께 듣고 있습니다. 5월 동안 4강을 들었는데요, 그 종합 후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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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하고 싶은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화가도 되고 싶었고 작가도 되고 싶었고 병원에서 만난 예쁘고 친절한 간호사 언니 때문에 간호사도 잠깐 되고 싶었고... 하지만 청소년이 되어선 정작 어떤 일을 하는 어른이 되고 싶은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을 선택할 땐 좋아하는 과목을 따라 그냥 정했습니다. 졸업을 하고 사회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 되어서야... 그제서야...
“난 뭘 하고 살아야 할까?”
이 질문 앞에서 혼자 사막에 선 듯 막막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산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냥 선 자리에서 주어진 일만 열심히 했지, 나에겐 “무엇”을 열심히 할지, 혹은 “무엇이 되기 위해” 열심히 할지를 생각하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목적(어)”이나 “목적의식”이 없었던 거죠.
우리 아이는 자기가 되고 싶은 게 뭔지 확실히 아는 아이였으면 좋겠습니다. 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 생협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하는 행복한 진로학교를 한다고 하길래, “그래 이거야!”, 마을지기가 막 되었으면서... 이사도 막 했으면서... 겁도 없이 8강 강좌를 영도마을모임에서 한다고 신청 해버렸네요. 5월 한 달 동안 4강 강좌를 마을 조합원들과 시간을 맞춰가며 장소를 섭외해가며 들었습니다.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 듣길 잘했다고, 이런 강좌를 듣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진로학교, 처음에는 좀 얼떨떨했죠. ‘어? 이게 진로에 대한 강의야?’ 그리고 강사님들... 3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도 나이려니와 또 직업도 정말 생소한 분들이었죠. 그런데요, 그분들의 강의를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죠. 지금도 빨리 빨리 변하는 세상, 우리 아이들이 살 때는 얼마다 다른 세상이 되어있을까요? 지금 짐작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뭘 해야 잘 살 수 있을까요? 어느 직업을 선택하면 대박난다는 식으로 소중한 내 자식 팔자를 묻지마투기 하듯이 할 수는 없잖아요?
1강 강도현 선생님은 어떤 일이 닥쳐도 자기가 중심을 잡고 그것을 해석만 잘 한다면! 자기가 그런 나침반이 될 수 있다면!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죠. 그래요. 금방금방 변하는 풍랑 속에서 길 잃지 않기 위해선 나침반이 꼭 필요해요. 우리 아이 안에 그런 나침반이 꼭 마련되어야겠죠.
2강 고원형 선생님은 꿈을 찾으러 멀리 가지 말라고, 꿈은 바로 자기 옆에 있다고, 자기가 잘 하는 걸 하라고, 그걸로 뜻을 세운다면 그게 바로 길이라고, 기적이라고 열강을 해주셨습니다. 진로 지도한답시고 직업페스티벌 이런 데 아이 손잡고 가기보다 우리 아이에게 자기의 장점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켜야겠네요.
3강 아는 사람은 잘 아는 만화가 윤태호 선생님 강의는 심지어 제목이 <나는 무엇으로 창작하는가>예요. 진로교육에서 웬 문예창작과 수업을? 하지만 그 강의를 들으니 그냥 그림만 잘 그리던 만화지망생이 어떻게 진정한 작가가 되는지 그 피땀 어린, 정말 만화 같은 과정을 펼쳐보여 주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지만 자기 자신을 늘 들여다보고 냉철하게 평가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윤태호 선생님은 정말 자기 자신을 잘 아는 분이신 듯. 그래서 자기가 부족한 점을 필사적인 노력으로 채우고 또 자기 안에 깊이 들어가 만인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려낼 수 있었겠죠.
4강은 앞의 강의들이랑 좀 달랐어요. 강사 선생님 개인의 진로와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요, 미디어중독예방전문가로서 권장희 선생님은 지금 어린 세대가 너무나 무분별하게 미디어에 노출된 현실을 개탄하며 절실하게 부모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장난감 쥐어주듯 들려줍니다. 아무 문제의식 없이요. 아이가 이렇게 영상이미지에 매일 조금씩이라도 노출되면 생각하는 두뇌 전두엽 발달이 안 되고, 자극이 늘 필요한 상태, 즉 ADHD가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책만 읽히는 게 좋냐면 그런 것도 아니라고 하네요. 요즘 읽기는 잘 읽는데 뜻을 모르는 문자중독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10살 때까지 아이들은 공부하지 말고 놀아야 합니다. 부모님들이 그림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제 아이가 혼자 책을 읽을 나이가 되면 “필요한 책”을 읽게 하세요. 우리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구요? 혹시 만화학습서만 보고 있지 않나요? 만화학습서 이런 건 싹 버리고 도서관에서 부모와 아이가 그 연령대에 필요한 책을 골라서 스토리 위주의 책뿐만 아니라 지식․과학․역사서도 읽을 수 있게 훈련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또 당부하는 한 가지, 너무 입력만 하지 말고 읽은 것을 소화시킬 수 있게 “심심하게” 만들어줘야 한답니다. 아이가 심심해서 책을 읽게 만들고 또 읽고 나서도 생각할 수 있게 또 심심하게 만들어야 한다네요. 1시간 읽고 10시간 심심하게 만들어야 공부의 완성, 출력이 가능하게 된답니다. 심심해야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권장희 선생님은 디자인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을 부모가 목표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여기서 디자인이란 독창적인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말씀하신 것 같아요. 애플사가 아이폰을 디자인을 하고 매출의 65%를 가져가고 중국의 조립회사는 겨우 5%를 가져간다고 합니다. 남이 시킨 일만 한다면 아무리 서울대를 가도 5짜리 아이다, 우리 아이를 디자인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걸 강조하셨죠. 그런 디자인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최소한 스마트폰을 절제시켜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시네요. 우리 아이 스마트폰 가지고 있나요? 그럼 이렇게 하세요.
디자인하는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하는 수칙
1. 스마트폰을 보관하는 바구니를 가정에 만든다.
2.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부모 동의를 먼저 받는다.
(사용할 시간만큼 시간을 정하여 알림을 설정한다.)
3. 식사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4. 스마트폰에서 게임 앱을 삭제한다.
(게임은 컴퓨터를 켜서, 로그인하지 않는 게임만 한다.)
5. 스마트폰에서 카톡앱 및 SNS를 삭제한다.
(카톡 대신 문자를 쓰고, SNS는 컴퓨터로 이용한다.)
6. 스마트폰은 대학에 가서 소유한다.(스마트폰을 2G폰으로 바꾼다.)
4강 강의까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들 강조합니다. 진로 교육은 취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고요. 먼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아이,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아이, 스스로의 나침반을 만드는 아이로 키우라고 하네요.
다음 4강도 기대됩니다. 강사님들을 보니 아마 세상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가는 방법이 뭔지를 보여줄 것 같아요. 나머지 강의도 함께 열공해왔던 조합원들과 열심히 듣도록 하겠습니다.
[이 게시물은 푸른바다사…님에 의해 2013-06-04 15:45:47 자유게시판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