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끼를 사더라도, 그렇게 사면 괴롭지-법륜스님 즉문즉설
▒ 문
저의 성향은 평소에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생각으로
'주는 것이 있으면 받을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친구한테도 '내가 밥을 한 번 사면, 너도 나중에 사야 한다'
이런 째째한 마음도 많이 나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내가 좀 손해 보면 되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기본적인 성향이 이러다 보니까, 저의 이익과 손해로서 인간관계를 따지고요
또 사리분별도 이익과 손해, 그렇게 따지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개인의 조그마한 이익은 챙길 수가 있지만
결국 나중에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제 마음에서 이렇게 이득을 바라는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고요,
또 바라는 바음, 내가 이익을 바라는 마음 없이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베푸는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질문을 드립니다.
▒ 답
내가 친구에게 밥을 한 끼 살 때
'내가 한 끼 사니까 너도 한 끼 사라', 이렇게 마음 속으로 계산을 하면
이렇게 마음을 먹는 게, 상대가 밥을 사는 데 영향을 줄까? 안 줄까?
(영향은.. 주지는 않죠) 영향 안 주지? (예)
그럼 상대는 자기 나름 대로 두 가지 대응을 하겠지..
한 끼 사거나, 안 사거나.. (예)
사면 '어이구 사람 됐네..'
안 사면 '이 나쁜 놈..' 섭섭할 거 아녜요? 그렇지? (예)
그런데 내가 밥을 사면서 '너도 한 끼 사라' 이런 기대를 안 하면
내가 기대를 안 한다고 해서, 상대가 사고 안 사고에 영향을 주나? 안 주나? (안 주죠)
이래도 역시 상대는 살 수도 있고, 안 살 수도 있겠지? (예)
내가 기대를 안 했는데 상대가 안 사면 섭섭하나? 안 섭섭하나? (섭섭하지 않죠)
그런데 기대도 안 했는데 상대가 사면 어떨까? (고맙죠)
그러면 어떤 게 나한테 이득일까?
기대하는 게 이득인가? 안 하는 게 이득인가?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저한테 이득입니다)
그러니까 부처님 말씀은, 너한테 이득이 되도록 하려면
기대를 하는 것보다 기대를 안 하는 게 이득이다.. 이런 말입니다.
자기는 자꾸 계산을 해서 기대를 하니까 자꾸 손해가 따르지.
그리고 인과법칙을 지금 본인이 잘못 적용하고 있어.
'복을 지으면 복을 받는다' 그런데 대부분
복을 안 짓고, 복만 받으려고 하잖아? 그렇지?
그래서 '너 복 받으려면 복 지어라' 이런 얘기거든..
나는 상대에게 밥을 안 사주고, 자꾸 밥 얻어먹을 생각만 하니까
'야 니가 안 사는데 누가 너한테 밥을 사겠니? 그러니까 너부터 먼저 사라'
공짜를 바라는 것을.. 세상에 공짜는 없다..
다 주고 받는 것이다.. 이게 인과법칙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나도 한 끼 샀으니까 너도 한 끼 사라.. 하면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도 있어.
그럼 항상 좋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한 끼 사면서도, 사라는 기대를 안 하면, 나는 항상 좋아진다..
이게 세 단계야.
나는 안 사고, 상대보고만 사라는 단계.. 그런데 이렇게 될 확률이 제일 없어.
그래서 이게 제일 나쁜 수야. 이걸 범부중생이라고 그래.
나도 한 끼 살 테니까 너도 한 끼 사라.. 이건 1번보다는 나아.
안 사고 사라는 게 나아? 사고 사라는 게 나아?
(안 사고 사라는 게..) (대중들 폭소)
아니, 어떤 게 더 일어날 확률이 높으냐고?
(두 번째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사고도 사라는 기대를 안 하면?
(그 사람이 먼저 사면, 기분이 엄청 좋을 겁니다)
그런데 자기는.. 말하는 거 들어보면 자꾸 범부중생으로 가려고 그래.
나는 안 사고, 지가 사 주면 좋겠다..
이게 범부중생이야.
봄에 밭갈 때는 날씨 좋다고 놀러 다니느라고 밭 안 갈고, 씨 뿌릴 때도 논다고 안 뿌리고..
여름에 김맬 때는 덥다고 김 안 매고, 그래서
가을에 추수하려니 할 게 없다. 이게 범부중생이야.
현명한 사람은 어떠냐..
봄에 밭갈고 씨 뿌리고, 여름에 덥지만 김매고, 그래서 가을에 추수하는 사람이야.
그러나 요거는, 자기가 해서 자기가 먹어.
보살은 어떤 사람이냐..
봄에 밭갈고 씨 뿌리고, 여름에 김매고, 가을에 추수해서 남 줘.
왜 그럴까? 그는 이미, 밭갈고 씨 뿌릴 때 그의 삶을 만끽했고
김맬 때 그의 삶을 만끽했기 때문에, 추수한 것은
삶의 결과로 나온 찌꺼기야. 누가 먹든 상관 안 해.
그는 이미 과정에서 자기 삶을 만끽했기 때문에.
그래서 첫 번째를 범부중생, 두 번째를 현인, 세 번째를 성인, 보살이라고 그래.
그러니까 본인은, 범부중생보다는 조금 낫고, 현인의 길에 들어 있어.
공짜로 얻어먹을 생각은 없고, 나 한 끼 사니, 너도 한 끼 사라..
그렇게 생각하면, 범부중생보다는 낫지만 해탈은 안 돼.
해탈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나는 사지만, 사라는 요구는 안 해야 돼.
나는 사랑하지만, 사랑하라는 요구는 안 해야 돼.
(그런데 뭐 봉사활동이라던가, 또는 길 가다가 불쌍한 사람 적선하는 그 마음 자체도..
저도 양보 같은 것도 자주 하지만.. 그게 마음 속에서 우러나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렇게 착한 일을 하면 내 평소의 업이 사라지겠지.. 아니면
나중에 복 좀 받겠지.. 이런 마음이 바탕으로 깔려 있구..)
바탕으로 깔려 있으면 현인이야. 성인은 아니라는 거야.
못 믿으니까 그런 거야.
내가 만약에, 씨를 뿌리면 싹이 튼다는 걸 100% 믿으면
싹이 틀지 안 틀지를 의심하지 않아.
다만 할 뿐이지.
결과는 반드시 일어나니까.
그냥 좋은 일 할 뿐이지.
결과를 기대할 필요가 없지.
그건 기대 하나 안 하나 일어나니까.
기대한다는 건 뭐야? 그건 투자잖아? 그치?
투자를 하면.. 기업도 그렇듯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잖아?
내가 밥을 한 끼 샀는데, 친구가 살 수도 있고 안 살 수도 있잖아?
이건 내가 투자를 한 거니까 손실을 감수해야지.
(그럼 봉사활동을 할 때도.. 이런 일을 하면 내가 업이 없어지고
복을 받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하는 게 좋을까요?)
하는 게 좋지. 왜냐 하면, 봉사를 하면 업이 없어지고 복을 받는 행위가 되니까..
그런데, 업을 없애려고 하고, 복을 지으려고 하면..
거기엔 받으려고 하는 마음이 있단 말야.
그런데 그게 정해진 시간 안에 안 오면
괜히 했다, 손해 났다, 바보같은 짓을 했다.. 이런 계산을 하게 되잖아?
그러면 안 하니만 못할 수도 있지.
도와주고 욕하고 이러지..
그래서 여러분들이 누굴 사랑하고, 사랑 받으려고 사랑했는데
사랑 안 해주니까 미워하고.. 그래서 안 하니만 못한 경우도 많잖아?
그러니까, 계산이 그렇게 너무 밝으면
안 될 땐 괴롭지.
그래도 뭐.. 주는 거 없이 공짜로 먹겠다는 것보단 나아.
주고 받겠다니까.. ㅎㅎ
그런데 그렇게 하면 해탈은 못 하지.
즉 자유로움으로는 못 가지.
학생이 공부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리겠다 하면, 오르면 다행이지만 안 오르면 괴롭지.
그런데 스님이 말하는 것은, 공부만 열심히 해라. 성적은 치워뿌라..
그러면, 오르면 오르는 대로 좋고, 안 오르면 안 오르는 대로 좋고..
인생이 양쪽이 다 좋아지는 거지.
펌 : 햇빛엽서
[출처] 밥 한끼를 사더라도, 그렇게 사면 괴롭지 -법륜스님